오늘은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 이후 정부는 지진을 견디도록 보강 공사를 해 왔지만,
과연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땜질 식이 자주 눈에 띄는 내진공사 실태를 변종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더 깊은 뉴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5억 원을 들여 내진 보강공사를 벌인 이 학교,
불과 1년도 채 안돼 재공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공사 해놓고 1년도 안 돼서 공법이 잘못됐다고 하면서"
건물 내부에 지진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를 설치했는데, 부실 시공으로 오히려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감사 결과가 나온 것.
[교육부 관계자]
"설계를 할 때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을… 방학 동안에 공사를 해야 하거든요? 시간도 짧고 공사비도 얼마 안되고. 보강의 질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경우가…"
서울의 또 다른 학교.
역시 내진 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올 연말 재공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감사원에서 조사한 26개 학교 모두에서 비슷한 문제가 제기된 상황.
[학교 관계자]
"정상적인 수업을 못 하고 근무도 못 하고 공사 내 한 2주 이상 소음에 먼지 뒤집어쓰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내진 공사 업체 관계자]
"지금 수습하는 과정이예요. 소신을 갖고 (보강)공사는 지금 해나가고 있는겁니다"
하지만 학교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말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수십 가지의 내진 공법과 장치가 건물에 설치되고 있지만, 정말 이게 효과가 있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겁니다.
[건축구조기술사]
"공법만 고르면 된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죄의식이 없지. 진짜 확 뒤집으려면 500개 보강된 곳들 다 검사해 보면 알겠죠."
[김영민 / 건축구조기술사]
"지진이 왔을 때 그냥 아무 공법(장치)이나 갖다 놓는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니죠. (장치가) 건물에 들어가서 전체적으로 건물의 흔들림을 흡수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어야."
내진 공법과 장치에 대해 국가가 직접 인증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전담하는 기관조차 없는 상황.
구체적 기준 없이 비전문가가 공사 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곳곳에 구멍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내진 공사 전문가]
"실제로 기술 자체가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 공법 선정 자체를 비전문가한테 다 맡겨버리고. 돈만 주면 내진 원하는 만큼 내진 보강 될 거로 생각하고…"
급기야 업체가 공사를 따기 위해 가짜 실적을 적다 들통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진 공사 학교 관계자]
"(내진)공법을 했다고 하는 실적이 있어서 (제안서에 나온) 학교에 전화했더니 학교는 '그런 것을 한 적이 없다.'"
[내진 공사 업계 관계자]
"(내진 보강 장치가) 제품이다 보니까 판매하는 업자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문제점이 있을 수도 있어요. 비즈니스 적으로 성공을 하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사에 대한 감리 감독도 엉터리이긴 마찬가지.
발주 따로, 설계 따로, 시공 따로인 현 상황에선 서로 책임만 떠넘길 뿐입니다.
[업계 관계자]
"(내진 공사) 구조를 맡으신 분 얘긴 뭐냐면. 자기네는 기기(장치에 대한 것만 알지, 어떻게 (공사 전체를) 다 확인하냐는 거예요."
[조훈현 / 자유한국당 의원]
"공사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하고 적정 시공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공법 선정 과정에 대한 문제, 국가인증이 없는 보강공법에 대한 검증 한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정부는 향후 3년 간 약 2조 8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절반 이상의 공공시설물에 내진 보강 공사를 한다는 방침.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주먹구구식 공사가 이어진다면 지진 피해를 막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그저 신기루에 불과할 것입니다.
채널 A뉴스 변종국입니다.
bjk@donga.com
연출 김지희
글 구성 남윤지 이소연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